목양칼럼

 

 

제목“내 인생의 마지막 짐을 쌀 때...”2022-09-30 21:36
작성자 Level 9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4년간 터키에 있던 아들이 이곳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 예식을 위해 터키로 왔다. 예정된 여러 일정 후에 토요일 저녁에 결혼식을 마치고, 주일에는 며느리가 세례를 받고 출석하던 교회에서 예배하며 교우들과 목사님을 만나 인사하고, 월요일에는 며느리가 한글을 배우던 선교사님을 만나 인사하고는 오후에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커다란 가방들을 바닥에 펼쳐 놓고 지난 한 주간 풀어 놓았던 짐들을 정리하는 중에 만감이 교차한다.

 

한 주 전에 미국에서 이 똑 같은 가방에 짐을 넣을 때만 해도 마음이 얼마나 착잡하고 무거웠던가? 며느리 혼자만 기독교인이고 부모는 물론 온 친척들이 모슬렘인 이 결혼식에, 사돈을 만나 상견례를 하고 한 주간 함께 지낸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일까? 얼마나 마음을 열고 서로 대화하며 교제할 수 있을까? 터키의 옛 풍습과 전통을 따라서 가진다는 그 상견례와 결혼식은 어떻게 진행될는지.... 그리고 또한 열 시간이 넘는 이 비행기 여행과 시차를 몸이 약한 아내가 잘 극복하고 일정을 넉넉히 소화할 수 있을지, 교우들과 지인들에게 기도 부탁을 하긴 했지만 마음은 참 여러 가지로 뒤숭숭하고 복잡했다.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기 위해서는 월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도 결국 여러 생각들로 잠을 설치고 일어났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필라를 떠나온 지 딱 한 주간이 되는 날 오늘 오후에, 이제는 결혼식을 위한 그 행사와 일정들을 모두 다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큰 가방들을 펼쳐놓고 한 주간 동안 숙소에 풀어 놓았던 여러 짐들을 다시 정리해서 가방에 담는데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염려했던 일들을 하나님께서 다 선하게 인도해 주셨고, 해야 할 일들을 다 은혜가운데 마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모든 일들을 순조롭게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일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여정이었다.

 

이 많은 짐을 가지고 이 먼 곳까지 와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시 이 모든 짐을 도로 싸야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쉽고 후회가 남을까? 이 먼 거리에 비싼 경비를 들여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한 주간을 지내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일들을 마치지 못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짐을 도로 꾸려서 미국으로 가져가야 한다면,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착잡했을까... ‘하고자 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여행과 여정은 얼마나 헛된 시간과 경비와 체력과 노력의 낭비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불현듯 내 인생 전체의 여정에 대해서도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재능과 기회와 시간과 기회들을 받아 이 땅에 와서, 정작 꼭 해야 할 일, 하나님이 나를 이 땅에 보내신 그 일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가장 중요한 일에 실패하고 낭비한 후에 내 인생의 마지막 짐을 싸야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쉽고 많은 회한이 남을지... 그 오랜 세월 동안 이 땅에 풀어놓고 살았던 짐들을 다시 꾸려서 이제 본향을 향해 돌아가야 하는 저녁을 맞을 때, 나는 과연 기쁘고 평안한 마음으로 이곳을 떠나는 그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그 때 내 마음과 생각 속에 후회나 안타까움이나 아쉬움은 없을지... 내 인생의 마지막 짐을 정리해야 할 때, 나는 과연 어떤 마음일지,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전혀 예상치 않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창문 밖으로 황금색의 돔(둥그스름한 지붕)을 가진 커다란 모슬렘 사원이 내려다 보이는 이 터키의 숙소에서, 새벽 다섯 시경부터 시작해서 저녁 시간까지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 시간을 알리는 저 구성지고 도전적인 이슬람의 에잔(Ezan) 소리를 확성기를 통해 듣는다. 7200만 인구 중에 97%의 인구가 모슬렘이라는 이 터키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내 인생의 마지막 짐을 정리해야 할 때 "형제의 나라"라는 이 땅 터키를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하고 떠날런지... 여러 상념들 속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꾸린다. 내 인생의 마지막 짐을 싸는 날, 부디 이 나라 이 땅의 사람들을 향해서도 후회없는 마음으로 떠나기를 소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