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제목"죽음이 일상이 된 삶을 살아가며..."2023-04-10 09:12
작성자 Level 9

미국에 많은 총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지만 최근에 테네시 주의 기독교 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은 특히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조그마한 초등학교인데 그 학교를 졸업한 28살의 한 청년이 들어와 난사한 총으로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직원들과 3학년 여자 아이 세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는 이 학교를 운영하는 교회의 목사님 딸이었습니다. 9살 된 딸을 잃은 목사님 부부와 그 부모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예전에는 다소 멀리 있다고 여겼던 죽음이 최근에는 전에 없이 가까이 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코비드가 시작되면서 시신을 담은 검은 자루들을 덤프 트럭으로 구덩이에 쏟아 붓는 뉴스를 볼 때 눈을 의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학살되어 매장된 수 많은 민간인들, 한 주가 멀다하고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미국의 총격 사건들을 보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쉽게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초등학교의 사건을 접하면서 이제는 이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자녀일 수도 있고, 나의 손주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그 당사자가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피부에 가깝게 와 닿았습니다.


우리는 정말 죽음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자연사'라고 부르든, '질병'이라 부르든, 아니면 '사고'라고 말하든, 죽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소리없이 들이닥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그 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죽음'의 의미,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아니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삶과 죽음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우리 인생의 근본적인 것들을 질문하게 합니다.


우리는 종종 '죽음'이라는 현실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치 암에 걸려 3개월 밖에 살 수 없는 부모 에게 그것을 숨기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결코 죽음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양 여기는 자녀처럼, 우리는 남에게도 그렇고 나 자신에게도 '죽음'을 언급하는 것은 마치 인생의 금기인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냥 모르고 살다가 때가 되면 갑자기 가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고 여깁니다. 서로 암묵적인 동의 가운데, 이렇게 가까이 와 있는 죽음에 대해서 쉬쉬하며 살아 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2000년 전에 일어난 '예수'라는 한 나사렛 청년의 부활 사건은 죽음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는 정치범으로 몰려서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의 손에 잡혀왔고 로마 군인들에게 넘겨졌습니다. 그 당시 로마 총독이었던 빌라도는 재판을 통해 그가 무죄라는 것을 알았지만 유대인들의 비위를 맞추고자 그를 사형에 넘겨 주었고 십자가에 못박아 형을 집행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삼일 째 되는 날 그가 무덤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무덤을 지키던 병사들이 목격한 것은 땅을 흔드는 지진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과 그로 인해 돌이 굴려져 열려진 무덤이었습니다. 예수의 시신은 사라졌고 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난 예수를 만났다고 증언했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예언된 것처럼 메시야이신 예수는 죽은 지 삼일 만에 무덤에서 부활한 것입니다.


이 부활이 가지는 많은 의미들이 있겠지만 죽음이 일상이 된 오늘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부활은 죽음의 의미를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기에, 예수를 메시야로 믿는 사람들은 그가 죽음에서 살아난 것처럼 새로운 육체를 입고 살아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죽음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닌, 죽음을 통해 오히려 부활의 몸을 얻게 되는 역설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더 이상 상실이나 이별이나 슬픔이 아니라, 부활의 몸을 입고 영원한 천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일 뿐입니다. 마치 배추 벌레가 나비가 되어 푸른 창공을 날기 위해서는 어두운 고치 속에 들어가 잠시 겨울을 나듯이,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을 통과해서 잠시 땅에 묻히지만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그 날에 새로운 몸을 입고 살아나 영원한 천국에서 본격적인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죽음은 더 이상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고전 15:55-57)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음이 일상이 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과 승리를 주는 사건입니다. 그의 부활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부활의 근거이며 확증입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마다 죽음 후에 부활을 통과해서 영원한 천국의 삶을 경험할 것입니다. 이 소망 가운데 죽음의 일상을 담대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이 부활의 소망과 능력을 마음껏 누리는 모든 분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CHL)